보령 잘 있나요? (독자투고)
상태바
보령 잘 있나요? (독자투고)
  • 김광태
  • 승인 2024.09.01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령 잘 있나요?

보령에서 태어나 보령 시내에 있는 초중학교, 정확히는 유치원부터겠다. 아무튼 내 나이대(40대 중반) 보령에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대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 소재의 대학에 진학한 시기를 제외하고 나의 부모님이 그랬듯 나의 주요 서식지는 항상 보령이었다.

그렇게 보령시가 출자한 법인에 입사를 한 후 회사를 잘 만들어보겠다고 약 10년 간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던 법인은 결국 민간에 매각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평생 와본 적도,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전라남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보령은 떠나고 보령소식을 끊고 살았다. 그냥 듣기 싫었고 알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회사가 망하면 그 안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타 지역으로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내 외침에 대한 답으로 네가 떠나도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전입해 오면 그만이라는 보령시의 발언에 고향이 나를 버렸다는 허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향을 잊은 채 나는 나의 성격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갔다.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도 확장해 가며 전남의 작은 지역에서 나름 인정받고 살아가기 위해 혼신의 발버둥을 쳤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고향이 날 버렸다는 생각은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한 어느 도시,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내가 이 곳에서 지난 5년이라는 시간동안 노력했어도 나는 아직도 보령의 자식으로 ‘Made in 보령’ 이라는 포장을 벗겨내지 못했다. 10년, 20년이 흐르면 달라질까?

그런데 나라는 사람 자체도 솔직히 보령에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편했다. 내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과 어렸을 적부터 뛰어놀던 공간들, 나란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봐 준 선후배님들, 어쩌면 인간에게도 있을지도 모를 회귀본능에 따라 멀지 않은 나의 은퇴 시기에 맞춰 나는 다시 보령으로 돌아가 내 황혼을 보낼 것이다.

그런 나의 고향이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미 10만은 무너진 지 오래다. 한국중부발전 본사가 들어와도, 보령시 자신들이 출자한 법인이 다른 지역의 일반 사기업에 넘어가도, 다른 보통의 지방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보령시도 늙어가며 소멸하고 있다.

실제 보령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9만 명은 넘을지 의문이다. 시민이 사라진 도시. 마을에 신생아라도 태어나면 현수막이 걸리는 도시. 이것이 보령시의 미래가 아닐까 ‘Made in 보령’으로 심히 걱정이 된다.

아직도 ‘네가 떠나면 다른 누군가 대체한다’라는 보령시 고위직 공무원의 호언장담이 귓속에 맴돈다.

묻고 싶다. 그래서 지금 보령시는 잘 있나요?

[이글은 독자의 투고 글입니다. 익명을 요청하여 익명으로 게재합니다. 외부 투고 글은 보령엔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